결혼하고 며느리로 살아간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.
처음엔 잘하고 싶었다.
인정받고 싶었고, ‘좋은 며느리’라는 말 한마디에 웃고 울던 시절도 있었다.
명절이면 하루 전부터 시댁에 내려가 음식 준비를 도맡았고,
시부모님 생신 챙기고, 시댁 행사에는 빠지지 않았다.
남편조차 챙기지 않던 시어머니 생일을 기억한 것도 나였다.
그런데 말이다.
그 모든 건, 당연한 게 되어 있었다.
시댁에서 국내건 해외건 여행을 가면 늘 계획을 짜는 건 나였다.
숙소 예약, 동선 조율, 프로그램 예약, 식당 리스트까지 전부 내가 준비했다.
하지만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.
오히려 여행 마지막 날, 애 둘 챙기느라 조식 제대로 먹기도 힘들었던 나한테
“우리한텐 왜 신경 안 써줬냐”는 서운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.
참, 기가 막혔다.
그제야 알았다.
이 관계는 주는 사람만 지치고, 받는 사람은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구조라는 걸.
며느리는 ‘잘해서 하는 사람’이 아니라,
그냥, 당연히 해야 하는 사람이었다.
그래서 결심했다.
이제는 딱, 그 정도만 하기로.
예의는 지키되, 감정까지 쏟지 않는다.
도움은 드리되, 희생하지는 않는다.
눈치를 보기보다, 내 마음부터 챙긴다.
며느리로 살아간다는 건,
누구도 ‘내 편’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견디는 일이었다.
그 중심에 ‘나’를 세우지 않으면 너무 쉽게 무너진다.
이제는 안다.
잘해도 욕먹고, 못해도 욕먹는다면…
그냥 덜 억울한 쪽을 선택하면 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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